일본이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인해 발생한 방사능 오염수 130만 톤을 바다에 방류하기로 결정한 이후부터 지역 사회와 이웃 국가들, 그리고 환경 운동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 계획이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하며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를 운영하는 도쿄 전력은 대부분의 방사성 입자의 수준이 국가 기준을 충족하도록 오염수를 처리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하지만 왜 일부 사람들은 계속 우려하는 것일까? 과연 이 오염수엔 어떤 물질이 들어있는 걸까요?
원전 오염수...무엇이 들어있나?
일본 정부가 '처리수'라고 부르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는 지난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때 사고가 난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 원전에서는 사고 당시 녹아내린 핵연료를 식히려고 냉각수를 주입하고 있습니다. 외부에서는 지하수까지 유입되고 있어 원전 건물 내에선 하루 최대 180t가량의 오염수가 발생합니다. 오염수에는 삼중수소(트리튬), 세슘 134·세슘 137, 스트론튬 90등의 방사성 핵종 물질이 포함돼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다핵종 제거설비(ALPS)를 통해 이 물질들을 처리하고, 처리수를 또 물로 희석해 바다로 내보낼 예정이라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의 농도를 일본 규제 기준의 1/40, WHO(세계보건기구)가 정한 식수 기준의 1/7까지 낮추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 기준 약 125만 844t의 오염수가 보관됐으며, 현재도 그 양이 계속 쌓이고 있다. 도쿄전력은 2022년에는 오염수 저장 탱크가 가득 찰 것으로 예상합니다.
걸러지지 않는 '삼중수소'
원전 오염수 안에 포함된 물질 중 가장 거론이 많이 되는 것은 '삼중수소'입니다.
삼중수소는 양자 1개, 전자 1개, 중성자 2개로 이뤄진 화학물질인데, 물과 화학적 성질이 같아 화학적으로 분리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ALPS 처리를 거치더라도 삼중수소는 남는데 이대로 해양에 방사능 오염수를 방출한다면 바다에 삼중수소가 떠돌게 됩니다. 그러다 삼중수소가 인체에 축적되면 정상적인 수소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됩니다. 이후 베타선을 방사하면서 삼중수소가 헬륨으로 바뀌는 '핵종 전환'이 일어납니다. DNA에서 핵종 전환이 발생하면 유전자가 변형되고 세포를 파괴해 각종 암을 유발하거나 생식기능을 저하시키는 거죠
국제환경 단체들은 각종 오염 물질이 처리 과정을 거쳐도 안전성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지난해 10월 '2020년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위기의 현실'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삼중수소 말고도 오염수에 들어 있는 탄소-14, 스트론튬-90, 세슘, 플루토늄, 요오드와 같은 방사성 핵종이 더 위험하다"며 "이 핵종들은 바다에 수만 년간 축적돼 먹거리부터 인간 DNA까지 심각한 방사능 피해를 입힐 수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개된 여러 문서를 보면 도쿄전력은 ALPS가 불검출 수준으로 오염수를 처리 및 정화하지 못한다는 문제를 2013년에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라며 오염수 처리의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이 독일 헬름홀츠 해양연구소의 영상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출 시 극미량의 세슘 등이 불과 한 달 내로 제주도와 서해에 도달할 수 있다고 발표했고, 그린피스는 삼중수소의 방사능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12.3년인 만큼 탱크에 일정 기간 보관한 뒤 오염도가 줄었을 때 방류하는 대안도 제시했지만 일본 정부는 비용 등을 이유로 해양 방류를 고집합니다.
높아지는 비난 여론
일본 정부의 결정을 두고 일본 내부에서도 비난 여론이 있습니다. 특히 일본 현지 어민과 시민 단체 등은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에 강하게 반발합니다.
오염수 해양방류를 앞장서서 반대해 온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전어련)의 기시 히로시 회장은 이날 해양방류 결정에 대해 "매우 유감이고, 도저히 용인할 수 없다"라며 "후쿠시마현뿐만 아니라 일본 전국 어업자의 마음을 짓밟는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국제적인 우려도 크다. 특히 환경 단체들은 정화 장치로 걸러지지 않는 방사성 물질이 많다며, 일본 당국이 예상 피해를 축소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럼에도 일본 당국이 '해양 방류'를 고집하는 이유는?
대기 방출은 해양 방류보다 돈이 더 많이 든다. 지상에 저장소를 확보해야 하고, 대기 방출을 하려면 고온에서 오염수를 증발시켜야 하는 과정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2019년 그린피스 보고서에 따르면, 오염수 처리 문제를 다루는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대책위원회에서는 2016년 기준으로 34억 엔(약 366억 원)이면 오염수를 바다에 처리하는 일이 가능할 것으로 봤습니다.
소요 기간은 약 7년 4개월으로 산출됐고 이 때문에 당시 대책위원회는 검토되는 모든 처리 방안 가운데 "가장 값싸고 빠른 해결책"이라고 결론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일본에서는 정부가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해양 방류로 가닥을 잡으려고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원전 사고국'이라는 오명을 빨리 벗어나기 위한 행보라는 것입니다.
일본 시민단체 '평화와 평등을 지키는 민주주의행동(DAPPE)'에서 활동하는 쿠보타 료는 27일 KBS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2021년은 원전 사고가 일어난 지 10년째가 되는 해"라며 "원전 사고에서 완전히 회복했음을 세계에 보여주고 싶은 (정부의)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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